늦은 시각, 발소리만 들리던 골목길에서 낮고 정중한 물음이 들려왔다.
“마키시마.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킨조?”
“…….”
“너 엄청 무게 잡았잖니…… 무슨 부탁인데?”
마키시마가 재차 묻는데도 대답이 나오는 데 한참이 걸렸다. 망설이던 끝에 입을 열었다.
“입, 맞춰도 될까.”
마키시마가 멈칫하다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킨조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런 생각 않고 같이 다녔다면 미안하다. 역시 무례한 요구였던 건가.”
“…쿠핫!”
킨조를 바라만 보던 마키시마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 참, 킨조. 이제야 말하는 거냐? 우리 오전부터 데이트했는데 종일 기다리게 했잖니. 하여튼 너무 마음 쓴다니까.”
킨조가 되레 당황해서 눈을 한 번 깜박였다. 그러다 마키시마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한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마키시마, 그보다 방금 한 말….”
“음? 데이트? 그렇잖니. 그럼 내가 모르고 휘둘려 주는 줄 알았던 거야? 쿠핫-.”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는 마키시마를 바라보던 킨조는, 졌다는 듯 웃고 말았다.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 너무 꾸물거린 것인지, 마키시마에게 추월당해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가, 마키시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꽤나 높은 언덕이었으니 말이다. 마키시마는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적이다가 양 팔을 킨조에게로 뻗었다. 어깨에 얹어지나 싶더니 목 뒤로 손이 감아온다.
“자, 킨조. 더 꾸물거리면 안 되잖니. 근사한 하루가 가 버린다고.”
“…그렇군.”
깊어가는 밤, 눈까지 감아버렸다. 그렇지만 입술이 닿는 순간은 켜진 촛불처럼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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