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문은 조용하게 열렸지만, 그러기에는 느닷없는 시각이었다.
문을 연 것도 의외의 인물이었다.
“음? 칸자키.”
“아, 역시 킨조 선배셨군요.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사람.”
염려와 반가움을 담은 상냥한 웃음이 땀 흐르는 얼굴에 닿았다. 칸자키 미키는 한 손에 이온음료 번들 한 개씩을 든 채로 부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가위로 질긴 비닐 랩핑을 자르더니 캔 하나를 들고 롤러 연습을 하는 킨조에게 다가갔다. 킨조는 브레이크를 잡았다. 천천히 속도가 떨어지는 롤러에서 내려와 미키가 내민 이온음료를 받았다. 입안이 말라가던 차에 반갑게 느껴졌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서 킨조를 바라보던 미키가 물었다.
“혹시 제가 방해한 건가요?”
“10분 안에 마칠 생각이었다.”
“무리하시는 건 아니죠?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킨조 선배.”
“그렇게 말하며 이 밤에 부실에 오다니. 길이 한적해서 위험하지 않나.”
미키는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학교 아래 마트에서 음료 세일해서… 부원들 주려고 샀는데 집에 가져갔다 내일 들고 오기 그래서요.”
“흠.”
나무라는 표정을 지은 킨조의 딱딱한 얼굴이 옅게 풀렸다. 매니저는 성실하다. 마음 쓰는 것까지 빈틈이 없다. 그녀가 두 학년 아래임에도 킨조는 언제나 ‘칸자키가 있으니까’라고 염두에 둔 채로 자전거부의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다.
의지한다는 걸까.
그러나 오늘은 이쪽에서 그럴 날은 아닌 것 같다. 셔츠 소매를 당겨 얼굴의 땀을 닦은 킨조는 미키에게 말했다.
“같이 가도록 하지.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
“어라? 킨조 선배. 말씀은 감사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셔야 하잖아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미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제대로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언제나 그녀는 길 밖에 있었으니까. 어디선가 기다렸다가, 잠깐 스치며 모두의 뒷모습만을 바라본다. 그것이 정해진 대로의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오늘마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고 킨조는 생각했다.
“자전거를 두고 걸어가면 된다.”
“킨조 선배….”
기쁘지만, 폐를 끼치는 게 아닌지 염려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미키에게 킨조는 웃어 보였다.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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