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아라]너를 엿본 나날들 - To.테스님

시니렌 2015. 3. 1. 23:31

 

 

똑똑-

어이 후쿠쨩-.”

 

똑똑

후쿠쨩?”

 

 

 

두 번이나 두드려 보았건만 기숙사 문 너머에서는 아무 화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등을 돌려 벽에 기댄 채 핸드폰을 꺼냈다. 수신인을 후쿠토미로 해서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후쿠쨩, 빌려주기로 했잖아. 사회문화 노트.

 

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 화면의 시간이 2분 넘게 흘렀음을 보여줘도 답신이 오지 않았다.

 

뭐야, 어디 간 거야? 젠장할.”

 

저녁에 달리 뭘 하겠다는 언질도 못 들은 터라 답답해진 아라키타는 투덜거렸다. 휴대폰 화면과 후쿠토미의 방 문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 할 수 없잖아.”

 

벽에서 떨어져 나온 아라키타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다른 쪽 주머니를 뒤졌다. 거기서 나온 건 네임택이었다. 학생증을 끼워 둔 뒤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그가 빼낸 것은 플라스틱 카드였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아라키타는 조금 머뭇거리고 옆을 둘러보다가 문으로 다가섰다.

 

몰라. 빌려준다 해놓고 사라진 후쿠쨩이 나쁜 거라고?”

 

변명 같은 소리를 중얼대며 뭘 하나 싶더니, 아라키타는 굳게 닫힌 문을 밀었다. 문의 틈새가 아주 약간 넓어졌다. 문고리와 같은 높이의 틈새로 카드를 집어넣은 아라키타가 손을 꼼지락거리길 이십 여 초, 철컥대는 소리와 함께 기숙사 방문이 열려버렸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태연하게 들어온 아라키타는 후쿠토미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는 와중에 책상 위에 올려진 책들이 보였다.

 

이건가?”

 

사회문화 교과서 바로 밑에 공책 한 권이 있었다. 지레짐작한 아라키타는 바로 그것을 집어들었다. 나가기 전 방 문고리의 버튼을 눌러 잠겨진 상태로 만들고는 방문을 세게 닫았다. 그리고 다시 문고리를 돌려 확인해보니 열리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만족한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5분 후

 

? 이게 뭐야?”

 

책상에 앉아 자신의 새것 같은 빈 노트를 펼치고, 그 옆에 후쿠토미의 노트를 펴자마자 아라키타는 미간이 좁아졌다. 페이지마다 상단에 날짜와 날씨가 적혀 있고 아래의 내용은…….

 

젠장, 일기장이잖아 이거!”

 

아라키타는 신경질적으로 일기장을 닫아버렸다. 마치 후려치는 것 같은 손동작이었다. 자신이 뻔뻔하거나 부주의했다는 자각 따윈 없는 듯 투덜거린다.

 

그러니까 말야, 노트는 안 빌려주고 어디 갔냐고!”

 

짜증을 내던 아라키타는 벌떡 일어났다. 침대로 가는 것 같더니 그는 멈칫하고 책상을 돌아보았다. 잠시 망설이는 기미를 보이던 아라키타는 후쿠토미의 일기장을 집어 들고는 다시 침대로 갔다. 베개를 받치고 엎드린 그는 일기장의 맨 앞장부터 펴서 읽기 시작했다. 몇 장을 훌렁훌렁 넘기다가 중얼거린다.

나 참, 초등학생이냐. 하루도 빼먹지 않았구만.”

비교적 최근의 내용을 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노트를 좌라락 넘겨 중간쯤으로 갔다. 이번 달이라는 걸 확인하고서 정독하기 시작했다.

 

 

 

20xx. xx. xx. 많은 비.

어제는 훈련을 강행했지만 오늘은 강수량이 더 심해서 훈련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아라키타를 한 번 밖에 보지 못했다.

녀석은 쉬는 시간에 내게 전자사전을 빌리러 왔다.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아라키타의 얼굴에 구겨진 옷소매 모양의 자국이 붉게 나 있었다. 두 시간은 엎어져 잤을 것 같았다. 조금은 걱정이다.

 

 

 

뭐야 이거, 육아일기야? 네 녀석이 내 엄마인 줄 알아?!”

 

투덜대면서 다음 페이지를 계속 읽어 나갔다.

 

 

 

20xx. xx. xx. 맑음.

오늘 점심시간에 학교 뒤편의 잔디공원으로 나가 봤다. 혹시나 했는데 아라키타가 있었다.

녀석은 혼자 식사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래서가 아니라 이 공원의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점심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아라키타가 고양이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며 빵을 먹고 있는 것을 잠시 지켜보았다.

가끔 종류가 바뀌지만, 주로 큰 검은 고양이가 찾아오는 것 같다.

아라키타도 녀석을 대할 때가 제일 친숙해 보였다. 어찌 보면 사람을 대할 때보다 더 상냥했다. 평소 부의 후배나 동기들이 녀석을 무서워하던 걸 생각하면 그 모습은 재밌었다. 아직까지는 나만 아는 것 같다.

 

 

20xx. xx. xx. 더움.

오늘은 아라키타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며칠 사이 갑자기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졌다 다시 오르길 반복하더니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녀석은 아파서가 아니라 계속 콧물이 나와서 짜증이 나는 것 같다. 곧잘 신경질을 냈다. 게다가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가다가 앞바퀴로 쿠로다를 쳐놓고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코가 막혀 맹맹거리는 목소리로 말다툼을 했다. 입장상 정색하고 만류했지만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

 

그런 식으로 며칠 분을 보다가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 봤다. 일기장을 채운 단어의 상당수가 자신의 이름인 것을 아라키타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조금씩 빈도를 더해가서 근래의 일기에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언급되고 있었다.

 

후쿠쨩 도대체가…….”

 

키워지는 올챙이나 강낭콩이 된 것 같았다. 정말 이건 관찰일기나 육아일기쯤 되는 걸까. 후쿠토미의 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의문과 깨달음이 머릿속을 오갔다. 함께 지내는 동안 보인 온갖 모습을 비롯해서 자기 자신조차 몰랐던 모습을, 그가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아라키타는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왜일까.

 

난 후쿠쨩한테…… 특별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리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라키타는 다시 최근까지 일기를 읽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점점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입 안이 마르는 것 같았다. 거기까진 좋았다. 긴장과 설렘으로 넘기던 일기가 바로 어제 날짜까지 다다랐다. 거기에 이르러 아라키타의 표정은 기묘해졌다.

 

 

뭐라고……?”

 

손끝으로 가볍게 잡고 있던 일기장을 와락 움켜쥐었다.

 

20xx. xx. xx.

희열과 죄악감으로 점철된 하루다.

 

이렇게 시작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글씨체가 앞의 날짜에 비해 흐트러진 감이 있었다. 쓰는 이가 동요하고 있는 듯한 필체로 적힌 내용을 계속하자면 아래와 같았다.

 

 

 

20xx. xx. xx.

희열과 죄악감으로 점철된 하루다.

내 망상이 지나쳐 간밤에 결국 도를 넘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차라리 내 마음을 녀석에게 고백하는 것이 덜 실례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말할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내 안에서만 아라키타에게 온갖 나 좋을 짓을 하고 있다. 적어도 망상만으로 끝냈어야 하건만, 나는…… 녀석이 나에게 자신을 허락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수음하고 말았다. 이런 내 행동을 용납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숨기고 싶지만 털어놓고도 싶어 결국 이렇게 적고 있다. 아라키타에게 미안하지만 사과할 수도 없다. 내일 녀석을 무슨 낯으로 볼지.

 

 

 

아라키타의 입이 몇 번 뻐끔거렸다. 물론 이때까지의 일기 내용으로 미루어 후쿠토미의 의중을 파악할 수는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 나와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탈력감에 겨워 일기장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바로 그 때 우웅 하는 소리가 들려 아라키타는 몸을 흠칫 떨었다. 책상 구석에 밀어둔 핸드폰이 문자를 수신해 진동했다. 폴더를 열어봤다.

 

 

회신이 늦어 미안하다. 방에 왔으니 노트를 빌리러 와도 좋다. -후쿠토미

 

 

, 젠장.”

 

액정을 빤히 바라보던 아라키타는 일기장과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복잡미묘한 기분인데다 충격도 가시지 않았지만, 지금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미루면 그 뒤에 마주하는 것이 더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일기장은 일단 돌려줘야 할 것 같고 말이다. 그래, 어쩐지 어제부터 대화나 마주치는 일이 줄었더라니. 아라키타는 투덜거리면서 방을 나섰다. 후쿠토미의 방 앞으로 가서 노크했다.

 

후쿠쨩, 나야.”

잠시만 기다려라.”

 

대답 후 삼십 여 초가 지나서 문이 열렸다. 후쿠토미는 노트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예의 철가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아라키타는 기분이 미묘해졌다.

 

많이 기다렸나?”

아니 별로. 아까 뭐 했는데?”

연습이 끝나고 샤워한 다음에 학교 아래의 마트에 다녀왔다. 자전거로 다녀와서 전화를 볼 수 없었다.”

아아, 그래서 그랬구만. 뭐 상관없어.”

노트는 여기 있다. 방금 다른 걸 좀 찾아 헤매느라고 늦었…….”

후쿠쨩 혹시 이거 찾는 거야?”

 

후쿠토미가 내미는 사회문화 노트와 엇갈려서, 아라키타는 일기장을 내밀었다. 순간 후쿠토미의 표정이 크게 동요했다. 실제로 가면에 금 가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건…….”

…… 후쿠쨩 미안. 사실 나 아까 후쿠쨩 방에 들어왔어. 하필 사회문화 책 위에 놓여 있길래 노트인 줄 알고 가져와 버렸거든.”

 

그렇게 말하며 후쿠토미의 얼굴을 슬쩍 올려다보니 입술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동공도 좁아진 것이, 당혹스럽다 못해 궁지에 몰린 것 같은 기색이었다. 지금 아라키타의 기분도 썩 개운한 것이 아님에도 미안해졌다.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몰라 가만있는데 후쿠토미가 다급하게 물었다.

 

혹시 읽었나? 어디까지?”

…… 어제…… 까지.”

…….”

미안해 후쿠쨩 그런ㄷ…… !”

 

 

손에서 일기장이 낚아 채이나 싶더니 정수리에서 불이 번쩍했다. 내민 일기장을 빼았듯이 가져간 후쿠토미는 공책 책등으로 아라키타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는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철컥 하고 문고리를 걸어 잠그는 소리가 났다.

 

 

, 하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자각 못해 몇 초간 멍하게 서 있던 아라키타는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기함을 했다. 어제 일기를 읽은 후만 해도 혼란스러울 뿐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는데, 방금 후쿠토미의 행동에 갑자기 머리에서 피가 솟구쳤다.

 

후쿠쨩! !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도 할 말 있는데 이러기냐! 너만 화내고 방에 처박히면 다야? 나와! 나와서 얘기 좀 하자고!”

돌아가라 아라키타!”

이 판국에 돌아가라면 너는 그러마고 가겠냐 멍청아! 문 안 열어? 삐칠 거면 너도 한 대 맞고 삐쳐야 할 거 아냐! 하다못해 노트는 빌려주든가! 내가 잘못한 것만 생각하고 있어? 아앙?”

 

 

문을 두들기면서 외쳤지만 후쿠토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문을 열 것을 채근했지만 방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문에서 손을 떼며 주먹을 꾹 쥐었다.

 

젠장, 이게 사람 빡돌게 하네! 네놈이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아라키타는 씩씩대면서 주머니를 뒤졌다. 전쟁터에서 칼 뽑는 기세로 그는 예의 플라스틱 카드를 꺼냈다. 이번엔 아주 당당하게도 문틈에 카드를 우겨 넣어 문을 따버렸다. 방 안에 성큼 들어서자 눈앞의 풍경은 가관이었다.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에 모로 누워 웅크리고 있던 후쿠토미는, 마치 나무꼭대기까지 올라온 삵을 보는 아기새 같은 표정으로 아라키타를 바라보았다. 아라키타는 코웃음을 쳤다.

 

! 안 열어준다고 못 들어올 것 같으면 일기장은 뭔 수로 가져갔겠냐 바보야!”

, 무슨…….”

일단 이건 돌려준다!”

 

아라키타는 다짜고짜 후쿠토미에게 달려들어서 손날로 그의 머리를 한 대 때렸다.

 

무슨 짓이냐!”

좌우지간 나만 맞는 건 불공평하다고! 물론 멋대로 들어와서 가져다 본 건 미안하게 생각해!”

미안한 기색이 전혀 아니잖나 아라키타!”

아 진짜, 실수였다고! 말했잖아! 사회문화 노트인 줄 알았다고!”

 

후쿠토미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무척 화가 난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울 것도 같은 얼굴을 하고 아라키타를 노려보고 있었다. 침대에 반쯤 무릎을 걸치고 달려들었던 아라키타는 그와 마주 째려보다가 그대로 침대 위에 주저앉으며 한탄했다.

 

, 참 나. 정말 이게 뭔 짓인지…….”

…….”

아무튼 후쿠쨩. 이야기 좀 하자고. 후쿠쨩 나 좋아해?”

 

기어가다 마는 것 같은 엉성한 폼으로 후쿠토미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물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따지기에는 정신도 없었고 인내심도 부족했기에 그냥 요점부터 알기로 했다. 후쿠토미는 아라키타를 쳐다보다가 고쳐 앉으며 짤막하게 대꾸했다.

 

대답하지 않겠다.”

뭐어? 죽을래? 얘기 좀 하자는데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올래?”

지금 이 타이밍에서 고백이라니 그건 내가 억울해서 안 된다.”

 

아이구 머리야. 아라키타는 인상을 쓰면서 뒷목을 붙잡았다. 막둥이라고 아주 그냥 있는 대로 생떼를 쓰는구만. 그렇게 생각하던 아라키타는 뒷목에서 손을 떼고 후쿠토미의 멱살을 와락 움켜잡았다.

 

임마! 헛소리 하지 마! 그럼 또 일기장에다 써 제끼겠다는거야 뭐야! 말하라고 하잖아! 나한테 직접!”

 

 

 

후쿠토미는 거의 혼이 어디론지 간 것 같은 얼굴로 아라키타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제대로 몰린 적이 없었기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든 듯 되물었다.

 

너에게말하라는 거냐, 아라키타.”

? 그렇지 않으면?”

…….”

 

말을 잇지 못하고 쳐다만 보는 후쿠토미가, 아라키타는 되레 답답해졌다. 그러고 보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지? 분명 내가 하려던 추궁은 이런 게 아닌데, 좀 더 이 자식의 음험한 속내에 대해 힐난해야 하는 건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혀 다른 말이 나오고 있었다.

 

안 그러면 어쩔 건데. 백날 천날 나 쳐다보면서 여자애같이 일기만 써대면! 내가 아냐? 하긴, 사내새끼답게 나 반찬 삼아서 딸딸이도 치긴 쳤더라만!”

……!”

 

뭔가 변명을 하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지만 아라키타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시꺼! 그거에 대한 얘기는 안 들을 거야 후쿠쨩! 그보단 제대로 말을 하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모른다고. 대답도 못 해줘! 보케나스!”

그런…….”

 

 

후쿠토미는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아라키타는 어느 결에 멱살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왠지 제대로 사고 친 것 같은 기분을 아라키타도 느끼고 있었다. 받아줄 각오 같은 거 한 적도 없었으면서, 그저 후쿠쨩과 있는 것이 좋다.’고만 생각했지 그것이 연애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한 적 없는 주제에 후쿠토미가 그것을 요구하길 바라고 있었다. 왜일까? 빼도 박도 못하게 확인한, 그렇게 단정하고 분명하게 적혀 있던 그의 진심들이 자신의 마음마저 멋대로 움직여 버린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후쿠토미는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에 나직한, 힘없는 말이 들려왔다.

 

 

미안하다 아라키타. 좋아한다. 오래 전부터 그랬다.”

…….”

팀메이트라고, 친구라고, 또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본심을 저 일기장에 하루하루 적고 있었다. 사실은…… 정말로 털어놓고 싶었으니까.”

……!”

 

아라키타는 짧게 웃었다. 뭐라 말을 하려는 후쿠토미를 저지했다.

 

됐어 그 정도면. 더 안 들어도 돼.”

아라키타, 너는 기분 상하지 않은 건가?”

? 뭐에 내가 기분 나빠야 하는데?”

아마도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그…… 그런 짓까지 몰래 해버린 것도 포함해서다.”

 

 

듣고 있던 아라키타는 후쿠토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나 참, 후쿠쨩 이렇게 쫄보였나. 아니면 내 문제에 한해서는 그렇게 될 정도다 이거야?”

…….”

제대로 말 안 하는 게 더 열 받는다고. 들으면 기뻐할 수 있을 건데. 저 안에 든 네 생각을 다 읽으면서싫지 않았다고. 바보야.”

아라키타…….”

 

놀란 기색이 역력한 후쿠토미를 보던 아라키타는 무릎걸음으로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대로 좀 더 극적인 분위기가 되어도 좋으련만, 아라키타는 잇몸을 드러내며 짓궂게 씩 웃었다.

 

그리고 후쿠쨩.”

?”

그렇게나 나 생각하며 몸이 달았는데 그저께 밤까지 참았단 말이지? 정말이지 착한 아이네 후쿠쨩.”

무슨 말이냐.”

, 이제 참지 않아도 된다고. 어디 얼마나 굉장한지 지켜봐 줄 테니까.”

 

 

앗 하는 사이 아라키타의 억센 손이 후쿠토미의 셔츠 앞섶을 붙들었다.

 

잠깐만 아라키타!”후쿠토미는 다급하게 외쳤지만, 자신을 끌어당기며 침대에 누워버리는 그에게 끌려가 몸을 포개고 뒤엉킬 수밖에 없었다.

 

 

 

 

 

[끝]

 

 

 

 

 

 

 

 

이 정도는 공개로 올려도 아무런 문제 없겠죠*_*

테스님 생일내에 완성하지 못해서 면구스럽네요<( ._.)

올해는 지금까지보다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테스님 생일 축하해요.